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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안식처를 찾아서 <3> 파주 원불교 교당 "모든 진리는 하나의 원" 

입력 : 2020-04-02 07:57:23
수정 : 2021-01-16 12:56:06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서 <3> 파주 원불교 교당
"모든 진리는 하나의 원" 

<편집자주> 종교(宗敎)란 삶의 궁극적 의미를 추구하는 일이고, 마음의 평화를 가르치고 수행하는 과정일 수 있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은 갈등과 반목, 혐오, 소외 등으로 한없이 왜소해지고 무의미해지는 삶을 버티고 있다. 마음의 안식을 찾고, 평화를 확장하는 일이야말로 이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길일 것이다. “세계의 평화를 원한다면, 나부터 평화하자”. 이 코너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종교 단체와 수행단체를 소개하고자 한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부처대신 둥그런 원을 믿는 불교의 일파? 우리 주변에 조용히 스며든 신흥종교?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여자들이 단아하게 머리를 쪽지고 걷는 모습! 조용한 은둔종교? 등이 우리가 원불교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거의 내분이 없고 복장도 일부 맞지만 대부분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원불교다.

 

원불교는 1916년 소태산(少太山)대종사 박중빈이 그의 고향인 전남 영광군 백수면 에서 창시한 민족종교다. 원불교가 창시될 시기는 구한말. 정부의 무능과 토착부호 세력의 압제적 착취, 봉건사회의 폐단이 짙은 어둠으로 깔려있는 국내 상황에, 한반도에서 이권을 챙기기 위해 일본을 비롯한 서구열강들이 우리나라를 여러 분야에서 능욕하고 있던 시대였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 표어와 같이 박중빈 대종사는 구한말 당시의 급격한 물질세계의 변화(물질이 개벽되니)속에서 이를 다스리고 균형있는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정신적 각성 및 혁명(정신을 개벽하자)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실천 하기 위해 44-4가지 은혜(천지, 동포부모, 법률)에 대한 보은과 정신개벽을 위한 4가지 필요(自力養成,智者本位,他子女敎育,公道者崇拜)를 실천강령으로 삼고 있다. 즉 스스로 힘을 기르고, 지혜를 세우며, 자신이던 타인의 자녀이던 간에 후세대를 교육시키고, 공공복무자들을 인정하고 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종교는, 형태는 다르지만 하나로 통한다는 믿음으로, 세계 통합적 신앙 강령의 토대가 된 3동 윤리와, 원불교가 제창하는 수행방법인 3학 병진법 등이 원불교의 핵심 교리다.

 



실천성과 도덕성을 중시하는 현실참여종교

원불교는 말 그대로 금강경을 비롯한 부처의 가르침을 연원(連原)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조선의 도교, 동학, 증산교, 기독교 등의 교리를 받아들여 당시의 시대적 혼란상을 타파 해 나가고자 했다. 원불교는 이상향과 속리적(俗離的)성향에 갖혀있던 불교를 탈피하여 실천성과 도덕성을 중시하는 현실참여 종교로 탄생했다. 이 같은 성향은 초기부터 공동체 생활을 하며 상조조합, 야학, 간척사업 등을 통해 구한말의 폐습이었던 허례폐지, 미신타파, 금주 금연, 근검 저축, 생산증진 등의 운동을 펼쳐온 원불교 초기행보의 내적 동력 이었다. 영광에서의 간척사업은 확대되고 있었으나 조선총독부의 신흥종교 억압책으로 박중빈 대종사는 1주일간 구금된 후 석방되었다. 그러나 구금 이후 원불교는 전국적인 종교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1924년 익산에 총부(당시 명칭은 불법연구회)를 두게 되었다.

 

 

 

 

원불교는 해방 후인 1948년 불법연구회에서 원불교로 교명을 바꾸고, 교단이 나갈 방향으로 교화(敎化) 교육(敎育) 자선(慈善) 3대 사업으로 정했다. 1973년에는 미국 LA에 첫 해외교당을 짓고 해외교화를 시작했다. 이후 세계종교연합운동을 주도하는 등 2016년 개교 100년 만에 국내교당 500여개, 해외 20개국에 65개 교당을 둔 세계종교로 성장했다.

 

원불교는 교당안에 불상을 두지 않는다. 불상예불을 우상숭배로 금기시하기 때문이다.

대신 모든 진리는 하나의 원같이 두루 통한다는 의미의 일원상(一圓相)을 원불교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여기는 파주교당!

바닥에 좌선하여 경건하게 두 손을 모아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교무가 경전을 낭독하고 부모의 은덕과 기일 등에 드리는 염불이 조용히 공간속에서 떠돈다. 신비하다기 보다는 절제 되어있고 편안하다. 신적인 존재 때문에 몸부림 치는것도 아니고 성령을 받지 못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기독교적 배타성이 존재하는 곳도 아니다. 각자 마음가는 대로 자신의 공덕대로 자연스럽게 마음을 다스리는 곳인 듯 했다.

 

 

19961월 야동동 집에서 시작한 파주교당은 1997년 금촌2동으로 이전한 후 13년동안 터를 닦다가 2010년 파주시 파주읍에 소재한 현 교당으로 이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설립된 지 24년이나 되었지만 처음 설립될 즈음같이 조용하다. 양적인 성장 보다는 실천 포교를 지양하는 듯 법당은 경건하고 늘 조용하다.


실천포교를 지향하는 법당
그러나 실상 원불교는 현실 참여적 사회공헌활동이 무척 활발하다
. 그간 사회봉사와 지역민들을 돕는 일들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1996년 설립 당시 문산에 큰 물난리가 났고 불과 2년 만에 이번에는 금촌1, 봉일천, 광탄 지역 등에 큰 수해가 덮쳤다. 수해 현장에 달려간 원불교 교도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수해민들을 도왔다. 얼마나 물심양면으로 도왔던지 1998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을 정도다. 이듬해에도 폭우가 지역에 쏟아져 문산과 파평면이 물에 잠겼고 이 때도 수재민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았다파주교당이 설립되자 마자 폭우로 인해 지역주민들간의 끈끈한 인연이 이어진 셈이다.


스리랑카 노동자, 군부대 포교 활동
2000년에는 파주지역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을 위한 자비도량을 제공하고, 생필품을 제공했다. 또 당해 추석에는 이들을 초청해 위안잔치를 베풀기도 하는 등 외국인 교화에 힘썼다. 2003년과 2004년에는 25보병사단 등 군부대에 도서 5,500여권을 전달하고 강연, 순화교육 등을 실시하는 등, 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포교활동도 활발히 진행했다. 이 모든 활동 뒤에는 파주 교당 교도들과 심성전 초대 교무, 그리고 이후 14년간 재직하면서 여러 대민봉사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던 최형일 교무의 근기있는 헌신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이어 윤경일 교무, 양은영 교무의 헌신이 지속되고 있는데 크고 작은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 나가면서 군 법회에도 공을 들여왔다.

 

 

 



매주 일요일 통일 기원 평화기도
2010년부터 통일공원 입묘자들을 위한 합동위령제를 매년 10월 첫주간에 지내고 있다. 또 위령제의 일환으로 201712월에 결제에 들어간 후 매주 일요일 오후2시에 장산전망대와 임진각, 덕진산성 등 북한이 마주 보이는 곳에서 통일과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기도를 지금까지 100회 넘게 드리고 있다.


 

▲ 파주 원불교 교당의 양은영 교무
 

원불교 교도가 아니라도 일반인들도 편하게 참여할 수 있고요, 통일이 될 때까지 이 평화기도는 계속할 생각입니다금년부터 파주교당을 섬기고 있는 양은영 교무.

작은 키지만 단아하고 청정한 느낌이 다부진 양 교무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보인다. 일단 파주교당 교도들과 윤교무와 양교무가 힘을 합쳐 9사단 30보병연대 안에 독수리교당을 2013년 착공해, 금년 10월 봉불식을 목표로 열심히 건축을 하고 있다. 금년 427일에는 DMZ인간띠 잇기 행사에도 참여하는 등 평화통일을 위한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원불교를 어렵게 생각하시는 지역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하는 양교무는평소에 법회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 비어 있는 이 공간을 지역민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공간의 특성에 맞게 명상이나 마음공부, 여성들을 위한 취미교실 등의 활동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다.

 

▲ 법회후 함께 식사를 나누고 있다
 

그 실천방안으로 양교무는 우선 교도중에서 당장 이런저런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분야부터 시작하는 게 효율적이 될 것이라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교도중에 기천문 수련하시는 분도 있고요, 녹색당원이며 환경운동가도 계시고 화가분도 계시니 작년같이 문화법회를 열어 군인들과 지역민들이 많이 참여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네요라고 소박한 속내를 내 보인다.

파주같이 넓은 지역에 1개의 교당만이 있는 게 좀 아쉽다며, “동서남북으로 하나씩 꼭 교당이 아니라도 원불교 복지시설이나 봉사기관 같은 것들이 더 설립될 수 있도록 힘을 써 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하는 양교무의 어깨 너머로 햇살이 따사롭게 비쳐왔다.

 

글 사진 김석종

원불교 파주교당: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충현로 18

전화 070-7011-1443

#1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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